산행후기

백병산~복두산 산행(낙동정맥주변산)

김순영 2008. 3. 29. 14:47

5시 40분 산행시작

17시30분 산행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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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산진이님 산행후기 퍼옴)

▶ 산행일시 : 2008년 3월 29일(토), 마을에는 비, 산에는 눈

▶ 산행인원 : 16명(대장 대간거사, 이박사, 산진이, 안트공, 한메, 상고대, 메아리, 신가이버,
                     베리아, 해마, 하늘재, 영희언니, 스틸영, 정경애, 고은, 산아)


▶ 산행시간
: 11시간 52분(휴식,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약 18.9㎞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5 : 55 - 태백시 통동(桶洞) 한보탄광 사택 앞, 산행시작

06 : 35 - ┬자 주능선 진입

07 : 15 - 마고할미바위

07 : 26 - 백병산 정상(白屛山, △1,259.3m)


07 : 35 - ┤자 갈림길, 직진은 면산 8.5㎞

08 : 45 - ┬자 갈림길

08 : 55 - ├자 갈림길, 토산령 정상

09 : 28 - △974.1m봉

09 : 50 - ├자 갈림길


10 : 45 - △764.3m봉

12 : 15 - 동활(東活)6교, 점심식사와 이동(1시간 5분 소요)

13 : 10 - 동활3교

14 : 25 - 920m봉

14 : 45 - 복두산(福頭山, △979.4m)


16 : 00 - ×913m봉

16 : 50 - △1,029.4m봉

17 : 30 - ×969m봉

17 : 47 - 삼척시 도계읍 구사리(九士里) 신리재, 산행종료

23 : 26 - 동서울 강변역 도착


▶ 백병산 정상(白屛山, △1,259.3m)

  새벽 3시 50분. 동백산역(東栢山驛) 앞이다. 버스 윈도우브러시는 빗물 훔치기 바쁘다. 안개까지 잔뜩 끼어 천지를 구분하기 어렵고 지척의 산릉이라도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동백산역을 기점으로 931m봉, 900m봉, △931.9m봉을 넘어 백병산을 오르려던 우리의 야심찬 계획은 예상하지 못한 봄비 촉촉 맞아 그 수포로 돌아갔다.


  백병산을 가장 짧은 거리로 오를 수 있는 데로 간다. 원통골로 간다. 통리역 가기 전 사거리에서 우회전. ‘병력하차지점’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오르막길이다. 그래도 기어 변속하고 간다. 차량 차단기 앞세운 군부대 정문이 나온다. 이런, 예비군 훈련장이다. 후진으로 빠져나와 지도 다시 살펴보고 원통골 깊숙이 들어간다. 왼쪽 산기슭으로 한보사택 건물이 보인다.


  가로등 졸고 있는 산골짝 길바닥에서 취사한다. 부슬비는 진눈깨비로 내리다가 함박눈으로 발전한다. 05시 55분. 날은 헤드램프를 켜지 않아도 될 만큼 훤하다. 낙엽송 울창한 오른쪽 사면으로 흐릿한 길 흔적이 보인다. 그리로 성큼 든다. 길 흔적은 겨우 100m를 견디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진다. 저돌하여 마른 지계곡 건너고 살 붙은 능선을 잡는다. 간벌하여 나뭇가지가 산지사방 널려있다.


  길 저축하여 눈길 첫발자국 내는 재미도 잠시, 첫 산등성이 넘자마자 대간거사 대장님과 신가이버님에게 양보하고 내 걸음으로 간다. 야트막한 안부 지나자 어느새 뚜렷한 등로가 앞서간다. 굵은 밧줄을 길게 매달아놓았다. 밧줄에도 물 잔뜩 먹은 눈이 쌓여있어 밧줄 훑자 장갑이 금방 푹 젖는다. 등로에는 오르막 기미가 보이기 무섭게 밧줄을 매달았다.


  고도 높일수록 춘설이 분분하다. 동백산역에서 오르는 능선(그리로도 길이 뚜렷하다)과 만나고는 긴 호흡으로 오른다. 암봉과 마주친다. 촛대바위다(나중에 알았다).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직등. 나 혼자 오른다. 그러나 석주(石柱) 붙들고 발돋움하여도 천지가 먹먹하다. 괜한 발품을 들였다.


  거대한 암릉이 막아서고 오른쪽 사면으로 돈다. 고개 젖혀 올려다보니 하늘벽으로 솟은 석림(石林)이다. 백병산(白屛山)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멀리서 이 산을 보면 흰 병풍을 둘러놓은 것 같다 하여 백병산이라 하는데 여기를 두고 하는 말이려니. 병풍 밑을 한참 돈다. 석림 끝난 안부를 넘어서는 매단 밧줄 잡고 눈 쌓인 슬랩을 트래버스 한다. 마고할미바위 옆을 지난다.


  모르긴 해도 이 근처가 백병산의 가경(佳景)일시 분명하다. 병풍 길게 편 마고할미의 위엄은 아무리 우중충한 흑백의 설편(雪片)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다시 급사면 오름이 이어진다. 미끄러워 나뭇가지 붙잡아가며 엉금엉금 긴다. ┬자 갈림길. 왼쪽이 백병산 정상이다. 삼각점(장성 310, 재설 2004) 비킨 너른 공터에 ‘백병산’이라 새긴 자연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 동활(東活)6교

  백병산 정상에서 배낭 맨 채로 잠시 서성이다 벗어난다. 길 좋다. 백병산이 낙동정맥 장장 397km 능선의 최고봉이고 보면 산행표지기 또한 두 걸음이 멀다하고 나뭇가지 휘어지게 주렁주렁 달렸다. 평탄한 등로다. 낙동정맥 한다는 두 분 등산객을 만난다. 나침반 목에 건 그들의 모습이 장히 보인다. ┤자 갈림길. 왼쪽은 통리, 직진은 면산 8.5㎞.


  산죽지대에 들어선다. 키 큰 산죽이다. 산죽 숲 등로는 뚝뚝 떨어지다 느슨하기를 반복한다. 오름 길은 빙판이다. 육백지맥 분기봉인 ×1,074m봉을 몰라보고 넘었다. 초특고압(765,000볼트) 송전철탑 밑을 지난다. 송전 철탑 세우려고 낸 임시 임도는 잣나무를 심었다. 모처럼 시야 트여 뭇 설산이 보인다. 다 넘어야 할 산. 안부 지나고 깔끄막이다 싶어 스틱 고쳐 잡았는데 산행표지기 대동한 등로는 산허리 돌아 넘는다.


  덕거리봉(1,040m) 갈림길 지나고 ×1,102m봉도 오른쪽으로 산허리 돌아 넘는다. ├자 갈림길, ‘토산령 정상’이라는 이정표가 있다(지도상으로 토산령은 오른쪽으로 더 가야한다). 5분 더 올라 ├자 능선 분기봉, 오른쪽은 면산으로 향하는 낙동정맥. 우리는 직진한다. 비로소 우리 길 찾은 것 같다. 인적이 뜸하고 산죽 숲이 무성하다. 등로에 즐비한 적송이 볼만하다. 대부분 보호수격이다.


  외길. 잡목 헤치고 바위틈 비집고 머리를 나무에 된통 받혀가며 △974.1m봉을 오른다. 볼 것이라고는 삼각점(장성 435, 복구 2004) 뿐. 등로가 점점 더 사나워진다. 독도 애매한 ├자 능선 분기점. 안개로 사방이 먹먹하지만 지도 살피면 직진은 빙수촌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오른쪽 △784.3m봉을 겨냥한다. 급사면이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길이다.


  양쪽 사면은 그 끝이 가늠되지 않는 단애다. 바위 섞인 릿지성 등로의 연속이다. 아울러 짜릿한 고도감을 느낀다. 적송 열주(列柱) 사열하며 봉봉을 오르내린다. 안개 자욱하기 차라리 다행이다. △764.3m봉이 곧추 솟은 첨봉인줄 모르고 올랐다. 가쁜 숨 삭히며 동활6교로 내릴 궁리한다. 남동쪽 슬랩으로 약간 내렸다가 왼쪽의 수직 사면을 트래버스 한다. 


  후미라서 풀뿌리라도 천신하지 못한다. 앞에서 바위에 붙은 이끼까지 쓸어갔다. 그 핑계로 후미 5명은 골(谷)로 갈 것을 자청하여 직하로 내린다. 연이은 낙석! 외치는 소리에 동작 멈추고 가만 귀 기울이면 번개 뒤 벼락 치듯 저 아래에서 바위 박살나는 소리가 들린다. 돌이 구를만한 경사가 없어 떨어진다. 낙석 염려하여 서로 엇갈려 내린다.


  번번이 절벽에 막힌다. 안트공님은 절벽 아래로 돌을 던져 그 깊이를 잰다. 연신 게걸음 쳐서 잡석 우글거리는 협곡을 더듬는다. 자칫 오도 가도 못할 지경에라도 빠질까봐 뒤 돌아보며 퇴로 확보하고 걸음 옮긴다. 돌부리이며 나무뿌리가 다 의미 있게 솟았고 뿌리내린 줄 새삼 깨닫는다. 수백년 묵은 나무가 쓰러진 것도 공연한 일은 아니다. 길게 누운 아름드리나무 타고 마침내 계곡으로 내려선다.


  너덜의 바위 건너뛰고 돌아 넘는다. 골 깊으면 좌우 사면으로 비켜간다. 마을 가까워지고 골 가득한 생강나무 꽃,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들여다보느라 아까의 겨울은 까맣게 잊었다. 궁촌마을 지나 동활계곡 가로지른 동활6교 앞에 다다른다.


▶ 복두산(福頭山, △979.4m)

  복숭아나무가 유별나게 많아 ‘복두산’이라 부르고, 마을 이름도 도화리가 와전되어 동활리로 부른다고 한다(그런데 복숭아나무는 보지 못했다). 저 복두산을 어디로 오를까? 욕심으로는 동활6교 건너서 바로 달라붙고 싶지만 안개 휘감은 침봉들을 바라보니 그럴 엄두가 쉬이 나지 않는다. 대간거사 대장님이 △764.3m봉 내리면서 낙석에 머리를 맞은 터라 더욱 그렇다.


  등고선 주곡선 비교하여 덜 촘촘한 사면을 고른다. 동활3교 쪽이다. 2.4㎞. 차로 이동한다. 동활3교 건너기전 간벌한 사면에 소로가 보인다. 가장 완만하여 골랐는데도 엄청 가파르다. 소로는 멀리 가지 못하고 오른쪽 사면으로 빠진다. 우리는 오로지 직등. 송전철탑 있는 데까지 올라야 경사가 수그러든다. 비처럼 내리는 진눈깨비는 그저 걸음 재촉한다.


  너덜지대가 나온다. 제법 길다. 바위는 물 먹어 미끄럽다. 바위와 노송이 한데 어울린 920m봉을 오른다. 수묵담채. 남농(南農) 선생의 소나무가 이랬다. 슬랩을 미끄럼 타서 내리고 얕은 안부. 짧은 너덜 지나고 다시 한바탕 급피치 올려 복두산 정상이다. 돌 돋우어 헬기장을 만들었다. 헬기장 한가운데에 낡은 삼각점이 있다. 그나마 인적이라 반갑다.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아크릴 정상 표지판은 깨졌다. 사방은 트였는데 조망은 안개로 캄캄하다.


▶ △1,029.4m봉, 신리재(新里)

  진눈깨비는 함박눈으로 내린다. ‘안전거리 확보’를 복창하고 유지하며 억센 잡목 숲 헤친다. 평탄한 등로 끝나고 급히 숙어드는 사면 초입에서 암릉과 마주친다. 오른쪽 슬랩으로 살금살금 트래버스 하여 넘는다. 안부는 소나무 숲길, 어디선가 뚜렷한 등로가 따라왔다. 진득한 오름으로 송전철탑 우뚝 솟은 산등성이에 선다. 이 근처의 송전철탑은 모두 거대하다. 생김새와 크기가 파리 에펠탑과 비슷하다.


  눈길 러셀하듯 산죽 숲을 헤친다. 바지 젖고 등산화는 물론 양말까지 푹 젖어 질척거린다. 손과 발은 시린 정도를 넘어 무감각하다. ×913m봉을 직등하여 넘고는 봉봉마다 산허리 돌아 넘는다. Y자 분기봉인 973m봉. 킬문님의 노란 산행표지기가 반갑다. 백병산에서 내려온 육백지맥에 진입한다. 완만한 사면 올라 △1,029.4m봉. 바위 위에 분재로 자란 소나무 한그루가 퍽 인상적이다. 눈 쓸어 삼각점을 판독할 기력조차 없다. 후미 챙기는 한메님이 요기하고 가자며 떡을 꺼낸다.


  △1,029.4m봉 벗어나자 등로가 뚜렷하지 않을뿐더러 울창한 산죽 숲에 간벌한 나무가 마구 널려있어 지나기 무척 사납다. 펑퍼짐한 사면이라 선두의 발자국 쫓기 또한 쉽지 않아 연호(連呼)하여 방향 잡는다. 안부에서 왼쪽의 샛터마을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크게 우세 살 일. 고개 숙이고 다시 오른다. ×969m봉 넘고는 일사천리로 줄달음한다. 신리재 고갯마루를 왼쪽으로 약간 비켜서 내린다